숫자로 본 한 주간 2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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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요일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안녕하세요. 이번주의 숫자는 뭔가요?

= 숫자 5입니다. 이제 이틀 뒤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죠? 5년마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1. 며칠 전 청와대가 정부 기록 삭제를 지시했다고 해서 논란이 됐었죠?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후에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던 것 같아요.

=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청와대가 기록을 삭제했다고 비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 동안 남긴 기록물이 825만건이나 되죠.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에서 2011년까지 4년 동안 54만건 밖에 안 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만건, 김영삼 전 대통령은 2만건이 채 안 됐고요.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빈 방만 넘겨받았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일이 5년 뒤에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2. 권력의 속성일까요. 조선시대에는 왕들이 실록을 절대 볼 수 없게 했었다고 하죠?

= 네.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통령 본인 이외에는 열람을 할 수 없도록 하고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을 때만 열람을 허용하는 건데요. 다음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치부를 들춰내고 싶어할 거고요. 그래서 잘한 것만 남겨두고 못한 건 감추려고 하겠죠. 그래서 기록으로 남겨두되 15년에서 30년 동안 비공개로 묶어두는 겁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 일부를 봉하마을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있었죠. 검찰이 대통령 지정 기록물을 열람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이렇게 비공개로 지정된 기록물을 들춰보기 시작하면 누가 기록을 남기려고 하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었죠.

3.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한한계선) 관련 발언이 논란이 돼서 기록을 공개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죠?

= 비공개로 지정된 자료였는데, 검찰이 결국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자료를 왜 비공개로 하느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비공개로 해서라도 기록을 남겨두는 게 중요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죠. “두려움 없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15년쯤 지나면 정치적으로 악용할 일도 없지 않겠느냐” 그런데 지금은 “기록을 남기면 다친다, 패가망신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비공개를 남발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비공개로 지정된 기록물을 다음 정권이 뒤지는 것도 문제가 되겠죠.

4. 신구권력의 충돌, 이번에는 같은 새누리당 정권인데도 갈등이 없지는 않네요.

=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를 두고 갈등이 있었고, 설날 특별 사면을 두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죠. 1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넘어올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처음에는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차리지만, 서운한 감정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완전히 갈라서게 됩니다. 2003년에는 대북 송금이 쟁점이었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댓가로 북한에 수천억원의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었는데요. 한나라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발의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검을 수용했죠.

5. 5년 마다 반복되는 뉴스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정권 말이 되면 왜 물가가 뛰는 걸까요.

= 새 정부가 출범하면 물가를 잡으려고 할 거기 때문에, 다음 정권이 들어오기 전에 어떻게든 가격을 올리려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밀가루 값이 8% 뛰어올랐고. 소주도 출고가격 기준으로 8% 이상 올랐습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떠밀려 그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하다가 정권 교체기를 틈타 미뤄 두었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밀가루 값에 이어 라면과 빵 등의 가격이 인상되면 원재료에서 가공식품에 이르는 가격 인상 도미노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6. 주식시장도 꿈틀거린다고요.

= 새 정부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네 차례 대통령 취임식 전후로 주가를 보면 취임식 이후 4월 말까지 두 달여 동안 1998년을 제외하고 모두 주가가 올랐습니다. 1998년에는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있었으니까 상황이 다르죠. 그러나 새 정부 효과가 오래 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종합주가지수 5000을 이야기했었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코스피지수는 948선까지 급락, 반토막이 나기도 했습니다. 3년만에 다시 2000을 넘긴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주가를 회복하지는 못했고요. 박근혜 당선인은 주가 3000을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며칠 전 종합주가지수 2000을 넘어섰죠. (그렇지만 올해 기업들 이익 전망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머징 마켓 12개 나라 가운데 투자 매력도가 11위라는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외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투자자들은 부동산 침체, 수출 둔화, 원화 강세라는 세 암초를 맞닥뜨린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7.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규제라는 규제는 다 풀어서 더 풀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만료될 예정이었던 취득세 감면도 6개월 더 연장됐고요. 일부 경제신문들은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DTI에 손 대는 건 미친 짓이다, 그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금 거래가 부진한 건 집값이 더 떨어질 거라는 기대 심리 때문일 텐데, 빚을 더 늘려서 집을 사라고 하는 거니까요. 벌써부터 경매가격을 밑도는 아파트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굉장히 위험 천만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집권 초반 부동산 경기 부양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오히려 연착륙을 유도하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8. 대못을 뽑아야 된다는 이야기도 정권 교체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죠.

=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전봇대를 뽑았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전라남도 대불산단 교량에 위치한 전봇대가 대형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방해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몇 달이 지나도 시정이 안 된다”고 하자 사흘 만에 전봇대를 뽑았죠.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도 유행을 했고 중도 실용주의에 대한 기대도 넘쳐났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는 ‘손톱 밑 가시’입니다.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죠. 어떻게 보면 비슷한 개념인데 말만 바뀐 거죠. 전봇대 뽑기가 그럴 듯한 구호에 그쳤던 것과 달리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규제와 금융기관의 차별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9. 정부 부처와 공기업 사장들도 다들 물갈이 되겠죠?

=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임기를 8개월 앞두고 사의를 표명해서 화제가 됐죠. 공기업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새 정부 입장에서는 자기 사람을 심고 싶겠죠. 특히 MB맨이라고 불리는 공기업 인사들은 대부분 물갈이될 것으로 보입니다. 식물 방통위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는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이명박 정부와 임기를 같이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직 임기가 1년 남아있지만 최시중 전 위원장의 땜방 성격이 짙었죠. 이명박 정부 출범 때는 공기업 사장들이 일괄 사표를 내고 유임되거나 교체됐습니다.

10.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절이 크니까, 대통령 단임제의 한계라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 국가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정치 구현, 부패방지 등을 위해 중임제로 4년 중임제로 가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개헌을 해야 되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여야 이해관계도 다르고요.
집권 초기 제왕적인 권한을 누리다가 임기 3~4년 후에는 레임덕에 빠지는 악순환을 끊고 책임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민주당은 정부 출범 초기에 시작하지 않으면 동력을 잃을 수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새누리당은 개헌에는 공감하지만 정권이 안정된 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11. 숫자로 본 한 주간 오늘은 숫자 5, 정권 교체 5년마다 되풀이 되는 뉴스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비슷비슷한 구호와 비슷비슷한 실패가 반복되는 느낌인데요. 5년 뒤에는 달라진 모습 기대해 봅니다.

CBS 라디오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방송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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